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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없음. 러프 

 

 

 

 

 

손가락이 바지 뒷주머니에 걸려있었다. 갈고리같이 금속냄새 나는 단어로도 아니면 단순히 유기적인 느낌으로 볼 수도 있을것이다. 어쨌거나 행동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였다. 척은 별 생각없이 손을 엉덩이로 가져갔다. 떼어내려는 의도가 확실했다. 그러나 갈고리였던 손은 어느새 풀어져 척이 뒤로 손을 가져간 순간 그 손을 마주잡아왔다. 연결고리가 더 확실해지는 순간. 척은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을 형형하게 느꼈다.

"손 안 떼?"

 


척은 롤리와 있을 때 필요 이상으로 흉폭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비슷했다. 롤리의 행태에는 용서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데, 뭐라고 확실히 단언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분노가 절절했다. 롤리로 말할 것 같으면 본인이 라마드 우프닉스라도 된 양 척의 분노를 받아주는 편이었는데 대체적으로 그 분노가 지향하는 것들이 끔찍하게 홀대받은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분노가 자생하는 지점은 지금의 롤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해하려는 순간이 있었다 - 예를 들어, 척이 영락없이 주저앉아 허크의 벗어놓은 옷 위에 고개를 파묻고 있을 때 롤리는 벅찬 감정을 느꼈다. 가져본 적 없는 모성애를 느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있어 본 적이 없는 척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도 비틀어 들을것이 분명하므로 롤리는 종종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의도와는 다르게 그 침묵은 척의 또 다른 방아쇠였다.

롤리는 한동안 척의 손을 잡고 있었고 영원히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한정없이 스스로를 늘이던 척은 탄력의 지점을 지나 빠르게 되돌아오듯이 몸을 급하게 돌렸다. 그러고는 아직도 울긋불긋한 롤리의 아랫턱을 잡더니 키스라도 할 것 처럼 얼굴을 가깝게 가져갔다.

"죽고 싶은거야?"
"뭐라고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

뭐든지 말해봐. 롤리는 문득 자상해지고 말았다. 척이 롤리의 얼굴을 그대로 밀어 다시 그의 군용 침대에 뒤통수가 닿게 만들었다. 척은 마치 쓴 가루약을 삼키는 어린애 같은 표정이다. 종종 드리프트 안에서 보는 어린 얀시의 얼굴이 문득 겹치며 롤리는 사실 이제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다. 손아귀의 힘이 강해지는 듯 하더니 풀렸다. 그러나 통증이 모인 부분이 편해지기도 전에 롤리의 위에 척이 올라탔다.

목줄기를 가볍게 만지던 손이 내려와 롤리의 고된 가슴에 닿았다. 롤리의 가슴이며 팔뚝에 난 흉터를 검시관처럼 연달아 매만졌는데 롤리는 그럴 때 마다 척의 머리를 끌어당겨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충동과 행동의 경계가 머리카락처럼 얇아졌을 때 척이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제법 화가 풀린 모양이었다. 롤리는 척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얌전히 숨만 쉬고 있었다. 척이 문득 손가락을 꺼내 롤리의 흉곽 정 가운데를 찌르기 전 까지는 그랬다.

"너 이 부분에 상처를 내고싶어."

분노의 근원지를 모르겠다. 롤리는 침을 삼켰다. 척이 또 다시 팽창할 기미를 보였다.

"네 마음대로 해."

그런데 나중에 저녁은 같이 먹자. 롤리가 긁어 부스럼을 내듯 던졌다. 척이 충격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눈을 크게 떴다가 그랬던 적도 없다는 듯이 평소대로 돌아오는 그 간격사이에 롤리가 손을 뻗어 척의 군번줄을 만졌다. 척은 그 손을 매섭게 내치고는 성급하게 고개를 내려 롤리의 입에 부딛혔다. 그 정도 표현이 옳았다. 아릿한 통증이 심장박동처럼 울렸다. 부딛히더니 한참을 매섭게 이로 긁어대기 시작했다.

척롤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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