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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 Up The Walls (뉴튼허먼 대학교 AU)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육체의 쇼는 무엇입니까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중

 

 

 

 

 

뉴튼은 의자에 앉아 있기 이전에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떠올려 보려 애썼다.
애썼다는 것을 정의해 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고개가 바닥을 향해 굽어질 대로 굽어진 상태였다. 와인 한 병, 맥주 많이, 국제 학생이 들고온 사케? 시케? 하여튼 여러 병, 정신 없음, 거기에 처음으로 대마초를 피웠다. 대학교에 와서야 피웠다는 것을 고백하기에는 부끄러운 일이었으므로- 비록 왜 부끄러워 해야 하는 지 내면 깊숙이서 질문을 해왔지만 그냥 그것은 지금 속하게된 사회의 흐름에 반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마치 경험이 많은 양 혼자서 족히 대여섯 모금은 빨아들인 것이다. 연달은 기침으로 들통날만한 가벼운 거짓말이었는데도 진탕 취한 일행들은 모조리 속아 넘어갔다. 해봤어야 알 것을, 담배처럼 말린 것을 입에 대었을 때의 불안감은 난데없이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다 떴더니 모든 행동이 둔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 순간에는 약간 걱정했지만 이내 그 걱정이 사라질 정도로 눈 앞이 암전되었다가 차차 밝아졌다. 테이프가 늘어지기 시작했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갑작스레 혼자 켜진 텔레비전처럼 주위가 시끄러웠다. 눈을 깜빡일 때 마다 그랬다. 새로운 소리가 들렸고 새로운 대화들, 듣고 있지만 좀처럼 알아듣지 못해서 더 우스운 것들, 그래서 숨이 막히는 사람처럼 깔깔 웃다 보니 배가 고팠고 무엇을 먹어도 맛있는 낯선 경험에 막연히 공기중을 둥둥 떠다녔다. 그래도 일정한 주기로 누군가 몸을 흔들듯 명정하게 정신이 돌아왔다. 때때로 이래도 좋은 걸까 생각했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 정신이 돌아오는 빈도가 늘어날 수록 근심하는 순간도 점차 길어졌고, 그래서 뉴튼은 스케줄에 맞춰 오는 버스처럼 또다시 맑은 생각이 들었을 때 펍 밖의 더러운 의자로 과감하게 자리를 옮겨 혼자 앉아 계속 떠올리는 중이었다. 연기때문에 온통 파노라마 사진 뭉텅이로 보이는 시야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나 또다시 금방 잊고 이젠 아예 전혀 다른 것들을 생각했다.

 

고무줄이 늘어나듯 무한정 늘어나는 시야의 끝에서... 눈을 감아도 완전한 어둠이 아니라 그저 얇은 막 하나의 경계가 있을 뿐이다. 이러다가 영원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낙담하는 뉴튼의 손 안에서 이마가 끈적한 소리를 내며 부벼졌는데 그 소리가 우습기도 했고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계속 졸았다 깨는 사람처럼 잠의 직전에 들어섰다가 따발총같이 원점으로 돌아오고, 그런 묘한 현상의 반복, 대마초가 타는 냄새들, 환기가 필요한 머리통을 수그리며 펍의 앞에 앉아 있기 전에 어디에 있었더라?
어느새 옆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남자가 손을 뻗어 목이 부러진 사람같은 자세의 뉴튼을 흔들었다.

 

 

"괜찮습니까?"

 

 

누구신데 상냥하게 묻습니까? 제일 먼저 그렇게 묻고싶었지만 고개를 너무 오랫동안 숙이고 있었는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뉴튼은 오백년은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왼 팔을 들어 손사래를 쳤는데 때마침 각성의 순간이 돌아왔으므로 갑자기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찰흙을 뭉쳐놓고 칼로 죽 그은것 같은 입을 한 남자가 골몰하는 표정으로 뉴튼의 끈적한 앞이마나 콧잔등을 관찰하고 있었다. 뉴튼은 문득 남자가 몹시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엉망 진창이 된 꼴을 그렇게 자세하게 보고 싶습니까? 그리고 그것은 영락없이 입 밖으로 나지않은 두번째 질문이 된다. 뉴튼의 풀린 눈을 보고 남자는 이해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에게서도 술냄새가 심각하게 났는데, 뉴튼은 그게 남자가 애초에 관심을 보이게 된 발로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완전히 맛이 갔네."

 

 

불친절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뉴튼은 이제야말로 앉아있는 것은 그만두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마저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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