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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을 따라 걸었다.

 

 

 

 

 

Darkest Valley
 

 

 

 

 

 

신은, 이라고도 시작하고 아버지는, 이라고도 부르나 정작 음절만 다를 뿐 의미는 같은 존재는 골목마다 이름을 붙여두셨다. 골목은 일억에 십억에 백억에 천억을 곱한 것 보다 많았는데, 가장 막내 아들 혹은 딸들인 인간들이 몸을 묻을 무덤이거나 요람이었다. 아버지가 말하길, "골목의 중간마다 피워진 화로가 꺼지지 않게 조심하렴," 그리고 내 형제들을 보내 불씨를 지켰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소멸할때 까지도 한번 가져보지 못할 골목들을 보아살폈다. 나는 몇몇 형제들이 불길을 보며 인상을 구기는 것을 스치듯이 본 적이 있다. 그러고 나면 내 몫의, 아니지- 내가 관리하는 횃불의 갯수를 새며 곰곰히 생각하는 것이다. 저 형제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가장 따뜻한 골목이 주어졌다면 우리 형제들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 그 문제에 대한 대답은 인간의 입처럼 좁은 창끝에서 나온다. 아버지는 군인으로 자란 아들에게 칼을 쥐어주셨고 난로 옆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이불을 덮어주셨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옳다라는 단어의 음절을 혀 아래로 굴릴 때 마다 골목의 불기운이 코 아래를 살랑거렸다. 그러면 금방 몸 안이 따뜻했다.

 

몇명이나 내 머릿속에 발자국을 남겼는지 모를 일이다. 딘 윈체스터가 구원받았다고 선언했을 즈음에는 셀수 없을 만큼의 시간동안 나를 가져온 이질적인 확신에 차 있는 상태였다. 아버지께서 가서 이번엔 저 골목을 지키라고 하셨을 뿐이었고, 지킨다고 생각을 했을 뿐이었고, 그것이 딘 윈체스터였을 뿐이었고, 그가 막 첫번째 봉인을 깨트렸을 뿐이었고, 그런 이야기들, 그러나 사실은 아버지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도 아니었음을, 사실상 가장 마지막 명령은 언제쯤이었는지 아무도 기억을 못하며 어디에서도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찾고자 찾아지는 분이 아닐 뿐더러 그분은 아마 세상에 넌더리가 난 걸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리가 없다. 딘 윈체스터는 제법 곤란한 눈을 가졌다. 초록색이면서 동시에 갈색이었지만 올리브라고 부르는 식물의 열매 색도 아니었으며, 제일 난해한 부분은 색이나 그것들이 빛나는 모양이나 그 위를 늘어지게 덮은 눈꺼풀의 모양이 아닌 그것이 가지는 감정이나 그것이 내 안에서 일으키는 화학공식들이었다. 나는 두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 정말 이 불을 지키라고 보내신 것이 맞습니까? 둘, 저는 이상한 방식으로 변해가는군요.

 

"캐스."

 

딘의 버릇이라고 해도 좋을것이다. 그는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었다. 아니, 모독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괜찮은거야?"

 

나는 곤란함을 보고있다.
아버지는 딘 윈체스터의 골목을 지키라 말하셨을때 (그것이 그의 뜻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별 다른 방법이 없으므로 그것이 아버지의 의지였다고 하는 가정 아래에) 불길이 다를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처음 골목에 들어섰을 때 그것이 다름아닌 죽은 골목이거나 아버지가 제일 마지막에 만드시는 바람에 미처 완성하지 못한 골목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은 다름아닌 시각적 공허함에 있었다. 골목은 매만져야만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귀를 신중히 기울여야만 불길이 일렁이는 소리가 들렸으며, 코 아래에서 느껴지는 화기도 없었다. 불길이 투명했다. 이런 일은 분명히 종종 있는 일일것이다. 딘 윈체스터에게만 통용되는 사실일리도 없을 뿐더러 그래서는 안된다는 알량한 시기심도 일었다. 이런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의 어깨를 쥔 손이 필요 이상으로 뜨거웠으며, 살갗이 익어도 눈에 띄지 않는 그의 투명한 불길에 되려 몸이 그을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업처럼 남은 손바닥 자국을 양 어깨에 짐처럼 매달고 그가 나를 부르는 것이다. 이름을 짓는 자라고 했다. 나는 내게 그런 권한을 행사하는 존재를 딱 한명 더 알았다.

 

"시간이 오고 있어, 딘."

 

불길이 보이지 않는 이 골목은 미카엘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사지가 뒤틀릴 것 같았기에 빠르게 정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딘 윈체스터는 특유의 빛이 날카롭게 떨어지는 광대뼈의 모양을 하고 눈썹을 끌어당겨 눈알을 몇번 굴렸는데, 그것만으로도 그가 가지는 의문점이 공기에 고스란히 섞어들어갔다. 나는 내 몸을 가둔 함선의 넥타이를 하릴없이 만지다가 딘 윈체스터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그는 눈썹을 좀 더 좁힐 뿐 뒤로 물러서지도 놀라지도 않았는데, 그 지점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라 별 것도 없이 몸 안이 따뜻해지며 그의 불길에도 온도가 있다는 것을 믿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 저는 정말 이상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설령 아버지라도 이 행위가 도달하는 곳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정말 저를 이 불길로 보내신 것이 맞나요? 코가 가까워져 서로가 서로의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이 있었다. 그 때 나는 희미한 불기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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