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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을 받았을 때 커크는 침대 안에 있었다.
그 당시의 기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미세한 소리에 정신을 차려 반자동적으로 집어 들었을 때 벼락같이 낮은 제독의 영국 억양이 쏟아져나왔다. 커크는 자꾸 놓치려는 정신을 붙잡고 대답했다. 무슨 일이지요? 마커스는 말을 길게 하는 법이 없었다. "내 사무실.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30분을 주지." 그러고는 끝이었다. 손 안에서 기계가 죽었다. 커크는 손 끝이 바짝 마르는 걸 느꼈다. 등줄기를 타인의 손톱이 가르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 가죽이 벗겨질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신생아처럼 뜨겁고 끈적거리는 생살이 흘러나와도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잠깐 머리를 비운 채 침대에 앉아있던 커크는 세차게 고개를 털며 침대에서 벗어났다. 그러고는 세수를 할 틈도 없이 재킷을 걸치고 방을 떠났다.

 


2.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었다. 커크는 마커스와의 처음을 기억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무릎을 꿇으라고 하던 간결한 명령까지는 명확하게 그려낼 수 있었는데 그 이후에는 환각제라도 먹은 것 처럼 희미했다. 섹스가 그렇게까지 폭력적일 수가 있었다. 패배감이 들어도 그게 제독의 방을 찾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빌어먹을 일이지만 지독하게 취향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금방 아이오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발가벗겨진채로, 커크는 승강기에 올라탔다. 마커스의 어디가 잘 손질된 스타플릿 제복 안의 자신을 날것의 상태로 만드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알아서는 안되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했고.
승강기가 멈췄다.

 


3.
"초과된 시간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있나?"
"...아닙니다, 제독님."
"그럼 시작하지."

 


4.
어스름한 빛이 거대한 창을 통해 들어왔을 때 커크는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무대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고 생각했다. 마커스는 커크를 창 앞에 세워두고 의자를 끌어와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 그가 무감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앉아 커크를 바라보고 있을 때 커크는 바지를 내렸다. 눈썹이 묘하게 경직된 모양새를 보면 무감하다기 보다는 지루한 걸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그의 표정을 인식하게 되었다. 방 전체가 제독의 존재감으로 가득 찬 것 같아서 커크는 짓눌리는 기분이 되어 속옷에 손을 댔다. 그러자 마커스가 한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대로 멈춘 커크는 턱을 내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의자에 앉은 제독을 쳐다봤다.
이리 와. 다리가 꼬일 정도로 흥분되게 만드는 무관심한 시선... 파도에 비유해도 좋았다. 덮쳐오는 걸 피하고 싶지가 않았다. 걸어가는 발목이 휘청거렸고 마커스가 그걸 그대로 포착하곤 비웃었다.

 


5.
몇번의 수동 조정으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금세 전망 하나는 근사한 사무실이 불안한 느낌의 탱고로 가득 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소리가 차단된 것 같은 기색이 있었다. 일부러 값을 더 쳐주고 구한 고풍스러운 스피커 위에 올려져있는 커크의 몸 때문이었다. 거친 스피커의 표면에 커크의 무릎이 비벼질 때 마다 스피커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마커스는 투명한 볼에서 체리를 꺼내 먹으며 막연히 생각했다. 새로운 스피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그러자 마자 당연한 수순인 양 스피커 위에 올려두었던 장식품 하나가 커크의 발끝에 채여 떨어졌다. 커크는 눈에 띄게 긴장하며 눈만 굴려 마커스의 눈치를 살폈다. 제법 귀엽다고 해도 될 것이다. 눈썹을 잔뜩 올려, 글쎄, 같은 표정을 지은 마커스가 천천히 걸어와 부서진 장식품의 파편을 하나 집어들었다. 커크는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끼며 조여든 손목을 조심스럽게 비비적거렸다. 무릎이며 팔꿈치며, 스피커의 표면에 비벼지는 모든 부분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쓰라렸다.

"자네는 늘 그랬지."

구속구는 좋은 재질이었다. 순수한 소가죽이었고 이음새 부분은 날카로운 요철이 없이 검정 고무에 코팅된 쇠로 되어있어 강하게 조여도 압력이 있었던 자국 외에는 상처도 남지 않았다. 상처, 그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해야겠군. 마커스가 유리조각을 커크의 엉덩이에 가져갔을때 커크가 미약한 소리를 냈다. 갓 태어난 동물이 앓는 것 같은 소리였다. 때에 따라서는 꽤 기분좋게 들릴수도 있는 신음이다. 지금은 특히나.

"뭔가를 부수는 데에는 천부적이란 말이야."
"......"
"우리, 그러니까 연합은 자네의 그런 면을 사랑해. 그 젊은 피. 거침없는 무언가. 나이가 들어 의자에 앉아있는 노인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도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

마커스는 짧게 손에 압력을 줬다. 유리가 커크의 엉덩이를 찢고 들어갔다. 커크가 벼락을 맞은 것처럼 허리를 경련했다. 쉬... 마커스의 손이 곡선을 그대로 따라 올라가 커크의 척추뼈 정 가운데에 닿았다. 피가 궤적을 그렸다.

"나 혼자만 말하려니 조금 면구스러워지는데."

정말 유감이라는 투에 커크는 눈을 가늘게 떠 뒤를 돌아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마커스가 다른 손을 뻗어 뒤통수를 그대로 돌렸다. 자네의 그 동정심을 자극하는 파란 눈은 됐고, 지금은 여기에 좀 더 집중하고 싶군... 고개를 내려 혀를 대자 피의 비릿한 맛이 났다. 사실 스테이크 레어는 별로였지만 짐 커크는 날것인 상태가 좋다.
한참 커크의 등허리를 쓰다듬던 마커스가 끝내 말했다.

"그래. 이젠 정말 민망해졌어."

커크는 잔뜩 기대해 발기해있는 성기가 괴로운지 이마를 스피커의 표면에 비볐다가 다시 고개를 돌아봤다. 마커스는 다시 예의 눈썹을 들어올리는 표정으로 목례했다. 그것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커크가 불안정하게 몸을 뒤틀었다. 바로 앉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커스는 보다가 안쓰러워졌는지 다가가 커크의 입과 손목에 착용된 구속구를 벗겨주었다. 검정 볼이 입에서 떨어져 나갈 때 끈적한 침이 연결되어 나왔다. 저런, 하고 마커스가 말했다. 그러고는 커크의 머리통을 소중한 장식품이라도 된다는 듯이 쓰다듬어주다가 입술을 붙였다. 커크는 목이 메어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마커스의 혀에 갈구하듯이 매달렸다. 혀가 치아의 표면에 닿았을 땐 엉덩이를 스피커에 비비기도 했다. 자네가 내 스피커를 다 망쳐놓는군. 마커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커크는 거의 사정하기 직전이었다.

 


6.
위치가 바뀌었다. 커크는 제독의 사무실에 딸린 방으로 들어가 간이침대에 걸터 앉아있었다. 여전히 성기 끝이 아팠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얻게 될 것이라는 묘한 확신과, 용서받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한 짓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에 발기된 것이 죽을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마커스는 혁대를 풀다가 풀린 눈을 하고 있는 커크의 뺨을 툭 쳤다. 커크는 몸을 의식적으로 곧게 폈다.

"제임스. 기다리는 자세가 올바르지 못한것 같군."
"시정하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딱딱한 대답이 오갈 필요가 있나? 편하게, 앞으로 진탕 박힐 게 기대가 돼서 허리 관리가 안된다고 말 해도 좋아."

마커스가 턱끝으로 말을 하다가 말의 끝에 가서는 금방 자상해지며 바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커크는 발씬하고 올라오는 하체의 진동을 느꼈다.

"포도 좀 먹을래?"
"... 제독님은 과일과 꽤 각별하신것 같아 보이네요."
"그렇다고 해서 금방 무례해질 필요는 없고."

그냥 물어본 거야. 내가 자네랑 포도나 먹자고 부른 건 아니니까. 그 말을 하며 마커스는 천천히 커크의 앞에 섰다. 커크는 긴장하며 동시에 손 끝이 떨릴정도로 기대한 모양새가 되어 마커스를 올려다보았다. 마커스는 아들을 돌보듯 커크의 머리통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가 뒤통수를 잡아 가까이 잡아당겼다.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지랄맞게 기다리게 하더니, 이제서야. 커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7.
몸이 접혀 피가 잔뜩 쏠린 커크의 얼굴이 붉었다. 마커스가 진득하게 기둥을 쥐고 살을 가른 순간부터 정신없이 이어지는 추삽질에 더이상 접힐 수도 없을 정도로 구겨진 커크는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침대 시트를 잡아챘다. 시트는 다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다림질로도 구김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잔뜩 끈적해져 손가락 사이로 땀이 짜내지는 것 같았다. 엉덩이와 성기가 부딪칠 때 나는 끈적한 소리는 둘째치고, 점점 피치가 올라가는 커크의 신음소리가 벽 너머 틀어놓은 탱고 소리를 압도적으로 가렸다. 마커스는 열중하다가 커크의 뺨을 다소 세게 때렸다. 요란한 새끼... 목소리 줄여. 그런 욕설이 나온 것 같기도 했다. 얼굴에는 맞은 자국이 나며 곧 붉어졌다. 커크는 그 말을 듣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마커스가 손을 뻗어 커크의 성기를 강하게 쥐었다. 그 압력에 허리가 부러질 것처럼 거세게 몸을 튀긴 커크가 눈물마저 그렁 그렁한 것 같은 눈으로 마커스를 노려보았다. 마커스는 씩 웃으며 커크의 다리를 내렸다. 표정이야 어땠든 자유로워진 다리가 허리에 감겼다. 마커스는 다시 콧웃음을 쳤다. 타고난 창녀같은 자식.
다시 속도를 올리자 커크가 괴로워하며 두 팔로 마커스를 끌어안았다. 뭉툭한 손가락이 제독의 등에 궤적을 남겼다. 마커스는 귀 옆의 예민한 부분으로 커크의 신음을 느꼈다.

"윽... 제독님..."
"호칭 문제에 대해 내가 뭐라고 했지?"

이럴때는 정말 상황이 엿같아진다. 커크는 제독의 목소리에 온몸에 핏기가 가시는 걸 느끼며 발가락을 웅크렸다. 마커스는 강하게 쥔 커크의 성기를 흔들었다. 커크는 금세 어쩔 줄 모르는 개처럼 낑낑거리며 다리를 바르작거렸다.

"그래서?"

부풀어오른 성기로 커크의 물컹거리는 육벽을 끔찍할 정도로 정확하게 짓이기는 것 치고는 평이한 어조였다. 커크는 발꿈치로 마커스의 등을 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음모가 푹 젖을 정도로 가깝게 들어간 성기가 몇번 끝까지 나왔다가 도로 가르고 들어가는 바람에 손마저 벌벌 떨며 마커스의 등을 긁다가 인상을 썼다. 그러고는 앓느라 맛이 간 목소리로 천천히 부르는 것이다. '아버지.' 아, 빌어먹을 걸레자식. 마커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커크의 성기를 놓아주었다. 계속 움찔거리던 기둥이 천천히 토정했다. 사정의 순간에 커크의 구멍이 조여들어 마커스는 얕게 신음했다. 끈적한 체액이 아랫배에 닿아 흐르는데도 상관없이 커크의 허리를 올려잡았다. 그리고 사정만을 위한 빠른 허리짓을 했다. 한번 부르자 가감이 없어진 커크는 아, 아, 아, 아, 하며 중간중간에 아버지라고 불렀다. 정말이지 제대로 된 걸작이었다. 분출에 가까워졌을 때 마커스는 이를 세워 커크의 유두를 물었다. 커크는 발작하는 사람처럼 자지러졌다.

"제임스. 파이크와도 섹스를 하나?"

커크의 안에 진득하게 사정한 마커스가 탈진한 모양새로 다리를 벌리고 눈을 감은 커크의 목과 가슴을 빨다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파이크의 이름을 듣자 커크는 눈을 떴다가 금방 탁해지며 무의미하게 깜빡였다.

"나도 네 아버지고 파이크도 네 아버지고, 네 아버지들은 서로 구멍동서 관계군."

마커스는 그렇게 말하며 커크의 입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커크는 바닥의 바닥을 구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 때문에 주눅 든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혓바닥으로 손가락을 한번 굴렸다. 낮게 웃는 제독의 목소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처럼 뒤통수에 붙었다. 눈을 감고 싶었는데도 감기지가 않아서 커크는 시야에 가득 차는 마커스의 짐짓 자상한 표정을 영락없이 관찰했다. 마커스는 한참 후희를 즐기려는 듯 커크의 안에 있더니 금방 가라앉은 걸 빼냈다. 그런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커크는 안다. 아직 몇 번의 오르가즘이 더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커크는 기꺼이 마커스를 아버지라고 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최악일 거라면 적어도 그 최악의 끝에는 닿아야 할 것이다. 현명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게 지론이었다. 그래서 커크는 마커스의 머리를 당겨 입술을 부딪혔다.

 

 

8.

"자네마저 잃을 수는 없는 일이지."

마커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커크는 완전히 믿고 말았다. 허술해진 경계를 뚫고 제독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울렸다. 공격이 있던 후 휴식없이 회의를 강행해 온 마커스의 눈 밑이 검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커크는 파이크를 떠올렸다. 스팍은 도통 파이크의 안에서 무엇을 봤는지 말해주지 않아서 커크는 파이크의 마지막을 마음대로 상상하고, 상상을 했다는 것 자체에 괴로워하며 밤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지금 마커스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마커스는 평소에 의중 모를 신랄한 말이나 제스처 대신에 커크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커크는 또다시 파이크 생각이 났다. 사실은 파이크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줄곧 그랬다.

 

 

9.

마커스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고 통신이 두절되었을 때 커크는 함교를 돌아보았다.

"미안해."

우후라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두터운 죽음같은 침묵이 신경가스처럼 퍼졌다.

 

 

 

 

 

 

Sugar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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